혜란이네 사촌들은 혜란이보다 나이가 많은 편입니다.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죠. 가까이 사는 고모네 딸 진성오빠와 진영언니만 해도 각각 20살, 27살입니다. 그나마 나이 차이가 가장 덜 나고 친근한 오빠가 진성오빠입니다. 혜란 이는 진성오빠가 빨리 대학생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대학이라고 하면 왠지 자유롭 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일어날 것 같았거든요. 오빠를 통해 대학생들만의 연애 이야기도 듣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된 오빠는 고교생일 때 못지않게 바빠 보였습니다. 얼마 전, 방학을 맞아 혜란이네 놀러 온 오빠를 보고 혜란이는 그 동안 못 했던 이야기를 풀어놓느라 바빴습니다.

“오빠는 대학생 되고 우리 집에 더 안 오는 거 같아.”

“응. 오빠가 많이 바빠.”

“오~ 혹시 오빠 여자친구 있어? 대학생 되면 여자친구도 사귀고, 놀러도 많이 다닌다고 했잖아.”

“아니. 여친은 무슨…. 오빠는 연애로 시간 낭비 안 해. 1학년 때 여자친구는 많이 만나봤고~ 지금은 시험 준비하고 있어.”

“응? 무슨 시험? 중간고사?”

“아니. 중간고사는 기본으로 준비하는 거고. 오빠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있다.”

“공무원? 오빠 꿈은 공무원 아니었잖아. 오빠 생명과학자 된다고 하지 않았어?”

“응. 오빠 나이가 되면 꿈도 다 바뀌게 돼. 요즘 공무원만큼 좋은 직업이 없어. 안정적이고, 할아 버지 됐을 때 연금도 나오거든. 오빠는 군대 가기 전에 공무원 시험 합격하는 게 목표야.”

혜란이는 생명과학자가 되려던 오빠가 갑자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말에 어리둥절했습니 다. 그런데 엄마가 고모와 전화통화하는 내용을 들어 보니 요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비단 오빠 한 사람만은 아니었습니다.

“고모. 진성이도 준비한다며. 그래, 맞아. 기왕 할 거면 일찍 시작하는 게 낫지. 우리 친정 쪽 조카 들도 벌써 학원 등록해서 준비하더라구요. 아무튼 일찍 잘 시작했네.”

기획·정리 김청연 기자